나는 항구가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났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오늘 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륙으로 피난을 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머무를지 궁금했다. 물 속에 가라앉은 건물들을 보는 건 어떤 영향을 미쳤다. 그건 마치 진술과도 같았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모든 것이 부스러진다.
그 자리에 홀로 서서, 나는 온몸이 견딜 수 없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고,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신앙심이 그리워졌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종교란 이야기라는 걸.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나를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 그러나 여느 다른 이야기들처럼 종교 역시 불신의 유예를 필요로 했다. 그것이 단지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나면, 그 즉시 그 마법은 사라지고... 그걸 다시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나의 일부는 신앙심을 되찾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진정으로 믿었다고 느꼈을 때, 그리고 때로는 정말로 믿고 있었을 때의 그 기분이 지금의 내 기분보다는 훨씬 나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건 안전장치와도 같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담요를 두르는 것 같았다. 난 그 기분을 기억했고, 그 심리 상태를 기억했다... 마치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이에 있었다... 올바른 생각의 열차를 따라가서 올바른 말을 듣기만 한다면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깨어난 뒤에 꿈을 이어서 꾸는 것처럼.
하지만 현실은 부정하기에는 너무 냉혹했다. 내가 내쉬는 모든 호흡이 나는 그저 또 다른 유산소 유기체라는 사실을 떠오르게 했다. 모든 지진이 내가 우주를 떠다니는 바위 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했다. 거리로 천천히 기어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돌을 깎아내는 물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시간의 무시무시한 규모에 대해 이해했다. 몇 백 억 년은 되는 우주에서, 이 천 년 전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한 사람의 인간이 신의 유일하고 참된 현신이라고 믿기란 불가능했다.
그건 좋은 이야기였다. 최고로 좋은 이야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파도만큼 현실적이지는 않았다.
아니, 그랬던가? 진정한 진실의 알맹이를 조금이라도 쥐는 것이 가능할까? 그 아늑한 기분을, 혹은 그 비슷한 것이라도 되찾는 길이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포기하는 건 비겁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일이란 포기하기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찾고 파헤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그러고 싶었다.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는 건 그만두었지만, 만일 내 믿음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할 가치는 있지 않았을까?
그런다고 내가 잃을 게 무엇이었을까? 전세계가 가라앉기 직전이었다.
태초에 우리 일곱 명이 있었다. 토마스, 제이콥, 바솔로뮤, 사이먼, 매튜, 존, 그리고 나. 신을 섬길 준비가 된 일곱 젊은이들. 토마스에게 벌어진 일은 알게 되었지만, 다른 이들은?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된 지 오래되었지만, 어쩌면... 어쩌면 그들의 길을 이해하게 된다면, 나의 길도 이해할 수 있게 될 지도 몰랐다.
적어도 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 시작은 잠식해오는 바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교회로 돌아갈 수는 없었지만, 어디로든 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애도라도 하는 것처럼 거리는 이제 기이하게 조용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포기한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폭풍 전의 고요일지도 모른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시에서 가장 빈곤한 구역에 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항구와 공업 지구 사이에 있는 무인 지대. 그곳은 지저분한 주점이나 비극적인 예술가들과 현명한 창부들로 가득한 매음굴로 이루어진 자유분방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곳은 그저 저렴하고 조잡한 잿빛 집들이 열을 지어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었고, 집에는 겨우 잠만 자러 왔다.
이 곳에서 자라는 것에 대해 상상해보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치 특색 없는 복도처럼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어쩌면 이곳은 지옥일지도 몰랐다. 고문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꿈도 두려움도 의미가 없는 장소 말이다.
교회 근처에서 제이콥을 찾았다.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흉측한 무허가 건물. 그는 본래의 나이보다 더 늙어 보였다. 손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회색 턱수염이 무성했다. 제이콥은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모래주머니를 쌓느라 바빴고 나는 그게 침수를 막을 장벽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통 땀을 흘리며 제이콥은 홀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내게 처음 든 생각은... 어리둥절함이었다. 왜 무용한 일에 저렇게 정성을 쏟는 거지? 왜 이 비참하고 무가치한 거리를 보호하려 애쓰는 거지? 그는 우리가 충분히 오래 버티기만 한다면, 침몰은 멈출 것이고 결국엔 모든 일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었나?
내가 기억하는 그는 쉽게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제이콥은 놀라울 만큼 고지식한 학생이었고, 어려운 질문에 답을 요구하고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모든 가르침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가장 성서를 잘 알았고, 지나치게 지적일 정도로 신학에 개인적으로 깊이 몰두하고는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가 작고 사소해 보이는 부분에 집착할 때면 대화는 종종 불편할 정도로 격해지고는 했다.
지금 내가 말을 건네는 사람은 그와는 달랐다. 그는 내게 웃어 보이고는 도와달라고 말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무거운 모래 주머니들을 쌓았다. 근육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지만 어째선지 나는 제이콥이 그만두기 전까지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 운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고, 나는 신체적 고통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마치 신이 제이콥을 보내서 내가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게 하기라도 한 것 마냥.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침묵은 그 작업을 신성하거나 혹은 상징적인 일로 느끼는 데 일조했다. 요점은 모래 주머니를 쌓는 게 아니라 겸허하게 신을 섬기는 데 있었다. 나는 현기증을 느꼈고 아주 짧은 순간 일종의 깨달음에 거의 도달했다고 믿을 뻔했다.
하지만 난 그저 배가 고프고 지쳤으며 다시 이야기를 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을 뿐이었다.
작업이 끝나고 제이콥과 나는 교회 앞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제이콥은 확실히 변했지만 내게 나눠줄 신의 가르침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도시의 이 구역에서 일하면서 목격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를 학대하는 남자와 여자들, 굶주리는 어린이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에 걸렸지만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끔찍한 대학살의 나날.
그럼에도 그는 머물렀다. 그 동안 그는 그 사람들의 닻이었고, 피난처였으며,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포기한 뒤에도 계속해서 모래 주머니를 쌓았다. 어떻게 그가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는 내게 거의 성자처럼 보였고, 나는 어떻게 해야 그가 가진 신앙심의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지 말해달라고 간청했다.
기도를 올렸을까? 그의 꿈에 신께서 나타나 말하셨을까? 성경 속에 내가 모르는 숨겨진 길이 있어, 이 불가능한 평온을 그가 이루게 해주었을까?
내 질문에 제이콥은 웃었다. 쓴웃음도 비웃음도 아니었지만, 꽤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더니 그는 오래전에 신을 믿기를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철저한 유물론자라면서. 우리는 살고, 죽는다, 그게 전부라고.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고, 대륙의 침몰은 인류에 대한 종말론적 시험이 아니라 단지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그는 갑작스럽고 거의 우습게 믿음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가 매일 마주한 고통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가 요람에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보았을 때조차 그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오직 그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는 현대의 가이사들에게 분노했을 뿐이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믿음을 잃어버렸다.
바누아투에 존 프럼이라는 사람을 섬기는 화물 신앙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의 신앙에 따르면, 존 프럼은 미국 군인의 모습을 한 예언자였고, 사람들이 이 초자연적인 미군들의 규범을 제외한 다른 규범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존 프럼을 따르면 언젠가 그가 돌아와 그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산 상품들을 가져올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이콥은 웃기 시작했다. 웃음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명백하게 거짓이었고, 너무나 명백하게 오해에 기인했으며, 너무나 명백하게... 어리석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런 걸 믿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는, 그가 말했다, 단지 좀 더 오래전에 시작되었을 뿐이지 그가 완전히 똑같은 걸 믿는다는 걸 그 즉시 명확하게 깨달았다고. 죽음에서 되살아난 목수는 화물 비행기를 몰고 온 미군 만큼이나 어리석은 이야기라고.
그 순간 모든 것이 그에게서 떠나갔고, 웃음을 멈춘 뒤엔 전에 없이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고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믿음이 없다면, 왜 아직 여기에 있는 걸까? 어째서 그는 이 사람들을 섬기고, 이렇게나 이타적으로 많은 것을 희생하는 걸까? 어째서 모래 주머니를 쌓고 있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아," 그가 말했다. "단지 그를 위해 일할 뿐이지."
내레이션 - Peter Wingfield
작가/감독 - Jonas Kyratzes
음악/음향 - Chris Christodoulou
커버 아트 - Daniele Giardini
Copyright 2021 Jonas Kyratzes & Chris Christodoulou
이 게시물은 비공식 팬 번역으로, 저작권은 올바른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Gospels of the Fl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Gospels of the Flood - 06. 바늘구멍 (0) | 2024.10.30 |
---|---|
Gospels of the Flood - 05. 가라앉는 그 느낌 (0) | 2024.10.29 |
Gospels of the Flood - 04. 너희 목숨을 내놓아라 (0) | 2024.10.29 |
Gospels of the Flood - 03. 끔찍한 위엄 (0) | 2024.10.28 |
Gospels of the Flood - 01. 믿음 깊은 자에게 보내는 서한 (0)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