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바다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제이콥의 낡은 자동차에서 라디오로 그 소식을 들었다. 리포터는 젊었고, 혼란에 빠져 있었으며, 분명 전문가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지대로 피신했다. 상황을 묘사하면서 리포터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멈추기를 간청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바다를 달랠 수는 없다면서. 그리고 그 즉시 나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말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어리석고 절망적인 일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사람다운, 믿음에서 우러난 행동이었고, 그녀의 고통이 마치 내 것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돕고 싶었지만...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나 자신의 문제도 풀지 못했는데.

하지만 그 때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두려웠고, 우리가 쌓아 올린 사회는 혐오스러웠으며, 이제는 믿음과 망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 모든 걸 내던진다는 생각은 차마 견딜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죽음은 내게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졌다. 내 존재의 종말을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했다. 비록 이런 식으로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일 돕고자 하는 내 열망에 빈틈이 있다면? 내게 확신보다 공포가 앞선다면, 신이 내 곁에 있다고 믿었던 때에 가지고 있던 그 불꽃이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면? 내 인생이 멀리서 일어난 일이고, 나는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방관하는 느낌을 멈출 수가 없다면?

... 그런다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누군가는 시도해 봐야 했고, 그게 나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찾으러 갔다.

그런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대학에 모여 있었다. 캠퍼스의 절반은 이미 물에 잠겼고, 거대한 파도가 주 건물에 부딪히며 창문을 깼고 실내에 물이 들이치고 있었다. 옥상에서는 밝은 옷을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안개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난 삶을 버릴 준비가 된 절망한 영혼들의 행렬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 대신에 내가 본 것은 축제였다. 여기 이 옥상은 가라앉고 있는 이 세상의 그 어디보다 더 다채로웠고, 더 즐거웠으며, 더 희망에 차 있었다.

사람들은 춤추고 웃고 서로 손을 잡으며 노래하고 박수를 쳤다. 젊은이와 노인을 막론하고, 이 신성한 의식에 함께 모인 그들의 눈은 믿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옥상 가장자리로 떨어졌다.

누군가 떨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더라도 음악과 파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들을 말리러 왔지만, 이내 진실과 그들의 솔직한 믿음에 홀리고 말았다.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각주:1]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 있었다. 물 속으로 자기 몸을 던져 어딘가의 누군가가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사랑과 용기, 그리고 관대함의 최고에 이른 행위.

내가 본 가장 기괴한 광경이었다.

난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고, 그건 분명 운명이었다. 토마스, 제이콥, 그리고 바솔로뮤에 이어, 사이먼을 마주친 것에 대해 달리 어떤 설명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었지만, 그는 바로 여기 있었다. 그리고 사이먼이 이 사람들을 이끌었다. 이게 과연 또 다른 우연일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그렇다'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의미 없는 우연으로 가득하니 물론 이것도 우연이라고.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이 우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기를 택했다. 나는 그것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신께서 내게 임무를 부여한 것처럼, 그리고 갑자기 나는 나아갈 힘을 얻었다.

내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말장난을 통해서만 존재하고, 위선과 자기기만을 포용함으로써만 존재하는 신은 진정한 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샘솟은 힘은? 그게 진짜라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이먼은 날 기억했지만, 그는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 내가 알던 사이먼은 순수하고 열정에 찬 사람이었다. 어설프고 실수를 자주 저질렀지만, 언제나 무엇이든 시도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는 우리 중 그 누구보다도 복음서의 신학보다 도덕에 충실했다. 그는 그렇게 느꼈기에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사이먼은 달랐다. 그의 열정은 여전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무언가 거칠고 취약한, 증오에 가까운 응어리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의 말씀을 설파하기 위해 온 세계를 여행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에게 옳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했다고. 몇 년 동안 그는 타의 모범이 되려 노력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선함이 있다고 이해시키기 위해 애쓰면서 떠돌았다.

사이먼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사람이 죄를 끊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가? 수 십 년 간 그는 애쓰고 또 애썼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실망하게 했다. 사람들은 신을 찾았을 때조차 그들의 결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실수를 되풀이했고, 세상의 모든 참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이어졌다.

그는 어느 분쟁지역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에 전쟁이 시작된 지 한참 뒤에 태어난 군인이, 살면서 평화라고는 알지 못하는 소년병들과 싸우도록 보내지는 곳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그들의 삶에 신을 받아들이고 신의 자비를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살인은 멈추지 않았다. 사이먼이 말했다, 그건 사람의 진심에서 우러나왔기에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어.

한 사람씩, 사람들은 뛰어내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떨고 있는 노인도. 가슴에 책 한 권을 품은 소녀도. 열 살이 채 넘지 않은 것 같은 소년도. 정장을 차려입고 웃으면서 울고 있는 여자도. 그 모든 사람들에겐 무언가 있었고, 그들의 눈에는 무언가 담겨 있었다.

이해하는 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고 사이먼은 내게 말했다. 진실을 알게 되면 무너져 버릴까봐 진실에 저항했다고. 하지만 어느 날, 사이먼은 산 속 높은 곳에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설교를 하러 간 것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그래서 그는 황야로 떠났고, 그곳에서, 구름의 가장자리에서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이렇게 많아서는 안 되었어, 사이먼이 말했다. 신께서는 오직 두 명의 사람들만을 만드셨어, 그의 창조물이 균형을 이루기 바랐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는 오만에 차서 금단의 과실을 먹어버렸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은 미지를 이해하고 정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신이 창조하신 겨우 일부분에 불과해, 그게 그 분의 의도이지. 나무와 새와 바다의 물고기들은 인류만큼이나 소중해.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하지. 그들은 진정으로 순수하니까. 그들은 그 사실을 몰라. 알 수가 없지.

젊은 남자 하나가 머뭇거리더니, 곧 떨어졌다. 늙은 여자 하나가 뒤따랐다. 떨어지면서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난 그들의 삶이 담긴 섬세한 직조물을 상상하려 했다. 친구들, 적들, 사랑하는 이들, 미워하는 친척들, 가장 좋아하는 책, 위태로웠던 시절, 행복했던 시절... 모든 것이 소중했고, 모든 것이 죽음의 무의미한 허무에 비하면 한없이 귀중한 것이었다

우리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해, 사이먼이 말했다. 우리는 신의 가장 큰 실패작이야. 우리는 죄인으로 태어났고 모든 숨결마다 창조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있어. 땅은 우리의 무게를 못 이겨서 가라앉는 거야. 지구는 우리의 얼룩을 정화할 필요가 있어.

사이먼은 건물 가장자리로 나를 데려갔다. 사람들이 떨어지는 걸 보기 위해서. 그는 파도를 가리켰다. 이게 우리가 회개할 수 있는 길이야, 그가 말했다. 만일 우리가 스스로의 오만을, 죄악을, 여전히 순수한 저 피조물들에 비하면 우리가 보잘것없음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희생을 통해 세계를 구할 수 있어.

난 파도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회색빛이었고, 더러웠으며, 시체와 진흙으로 가득했다. 만일 이것이 신의 의지라면, 난 거부하겠다. 그리고 만일 이것으로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신의 모든 창조를 거부하겠다. 나무와 새와 바다의 물고기들은 한 사람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이곳에서 그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나는 그들의 눈에서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 존재한다는 죄. 사람이라는 죄. 그리고 내 안에서 깨어난 힘은 이제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사이먼은 미소지으며 뛰어 내리는 사람들을 축복했다. 그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의 좋은 의도를 자기 파괴로 뒤틀고, 오래된 거짓말을 새롭게 팔아넘겨서. 모든 것이 너의 잘못이니, 수치스러운 줄 알라.

하지만 난 수치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난 사이먼을 밀어 버렸다.

 

내레이션  - Peter Wingfield

작가/감독 - Jonas Kyratzes

음악/음향 - Chris Christodoulou

커버 아트 - Daniele Giardini

Copyright 2021 Jonas Kyratzes & Chris Christodou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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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주) 요한복음 15:1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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